급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우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퇴직연금 의무화 정책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시행될 퇴직연금 의무화는 회사와 근무자 모두에게 중요한 변화라고 하는데요, 과연 모든 기업이 이 변화에 준비되어 있을까요?
고용노동부가 적립금 43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公的)연금 성격으로 바꾸기 위해 5단계에 걸쳐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바라본 이 정책에는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점들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부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요?
재정적 부담의 무게
중소기업에게 퇴직연금 의무화는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닙니다. 회사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데, 퇴직연금을 주기적으로 적립하는게 부담스러워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더욱 심각합니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23.7%에 불과한 퇴직연금 도입률이 이를 증명하고 있어요. 이는 단순히 무관심이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정 업무의 복잡성 증가
제도 도입 후 프로세스가 복잡해져서 일이 늘어날 것 같아!라는 우려도 현실적입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전담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퇴직연금 관련 업무가 추가되면 기존 업무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도입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 연금사 선정 및 비교 분석
- 규약 작성 및 신고
- 근로자 교육 실시
- 지속적인 관리 업무
이러한 업무들이 소규모 사업장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중도 인출의 높은 빈도
퇴직연금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근로자들이 중도 인출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을 인출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렇게 되면 본래 목적인 노후 보장 효과가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낮은 수익률 문제
지난 10여년 간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연 2.07%로, 예금 금리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우려스럽습니다. 이 정도 수익률이라면 굳이 복잡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까요?
근로자 관점에서의 우려사항
선택권의 제한
현재는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선택할 수 있지만, 의무화되면 이러한 선택권이 사라집니다. 의무화 작업이 끝나면 퇴직급여는 퇴직금(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만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하는데, 이는 근로자의 자율성을 크게 제한하는 것입니다.
어떤 근로자는 목돈이 필요할 수 있고, 어떤 근로자는 연금 형태를 선호할 수 있는데, 획일적인 강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위험의 전가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투자 위험이 근로자에게 전가됩니다. DC형과 달리 DC형 가입자는 스스로 퇴직연금 운용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데, 모든 근로자가 투자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2021년 기준으로 DC형 적립금의 83.3%인 58조원이 그냥 아무런 투자 없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되어 있다는 현실을 보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듭니다.
단계적 도입의 한계
형평성 문제
내년부터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도입하고 30인 이상~100인 미만은 법 시행 후 2년 이내, 상시근로자 5명 미만은 6년 이내로 순차적으로 의무화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단계적 접근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같은 업종에서도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른 제도를 적용받게 되면, 인재 유치나 경쟁력 면에서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어요.
준비 기간의 부족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기업들이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지 의문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전문적인 컨설팅이나 준비 과정이 더욱 필요한데, 이에 대한 충분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안적 접근 방법 제안
인센티브 중심의 정책
의무화보다는 퇴직연금 도입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 어떨까요? 세제 혜택 확대, 보조금 지원, 행정 간소화 등을 통해 자발적 도입을 유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충분한 준비 기간 확보
현재 계획보다 더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하고, 그 기간 동안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점진적이고 자연스러운 전환이 필요해요.
다양한 선택권 보장
획일적인 강제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퇴직급여 제도를 인정하고, 기업과 근로자가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무리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
퇴직연금 제도 자체는 분명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입 대상 사업장 162만 5천 개소 중 42만 9천 개소가 도입하여 도입률은 26.4%에 그치는 현실을 보면, 아직 많은 기업들이 준비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이상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부담을 지거나 근로자들의 선택권이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정부의 정책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정책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니까요.
이 글은 퇴직연금 의무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 중 하나를 제시한 것입니다. 정책에 대한 보다 균형잡힌 시각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시기를 권합니다.